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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양칼럼 5.11.2025 | 어머니의 사랑, 그 깊은 자리에서 > 목양칼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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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양칼럼 5.11.2025 | 어머니의 사랑, 그 깊은 자리에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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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PMBC
댓글 0건 조회 1,437회 작성일 25-05-11 04:5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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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어머니의 날(Mother’s Day)입니다. 


이 땅에서 저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을 꼽으라면 단연 저의 어머니이십니다. 해병대 장교 출신이셨던 엄격한 아버지 아래에서 늘 주눅 들어 있던 저를 위해, 어머니는 바쁜 시간 속에서도 따로 저를 데리고 나가 제일 좋아하는 통닭이나 자장면을 사 주시며, “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나는 행복하다”고 말씀해 주셨습니다. 


여고의 학생주임으로 일하셨던 어머니는 사실 아버지 못지않게 엄격한 분이셨지만, 저에게만큼은 언제나 따뜻하고 인자하셨습니다. 미국에 이민 온 후에도 데이튼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목회자의 아내로 섬기셨고, 미국을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성도님이 운영하시던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일하셨습니다. 그 고된 일들 속에서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, 묵묵히 감당하셨습니다. 


아버지가 주로 잔소리를 담당하셨고, 어머니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속상해 할 때 늘 제 짜증을 받아 주시며 조용히 위로와 격려를 건네시는 분이셨습니다.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. 어머니의 잔소리가 점점 늘어나고, 예전보다 훨씬 자주 제 일에 간섭하시는 겁니다. 마치 어릴 적보다 더 저를 어리게 대하시는 것처럼 느껴져 처음엔 당황하고, 몇 번은 미성숙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. 


그러자 어머니의 전화가 뜸해졌고, 전화를 드려도 전처럼 길게 말씀하지 않으시는 모습을 보며 ‘아, 어머니가 속상하셨구나’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그래서 어느 날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. 그랬더니 어머니는 금세 기분이 풀리시고, 곧바로 다시 ‘폭풍 잔소리’를 시작하셨습니다. 


아직도 그 잔소리에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습니다.  하지만, 왜 어머니가 그렇게 변하셨는지를 이제는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. 어머니는 처음부터 강한 분이 아니셨습니다. 연약한 존재로서 보호받아야 할 분이셨지만, 자녀를 낳고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머니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. 그러나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하고, 어머니의 보호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오랜 시간 버텨온 그 강인함이 서서히 약해지고 계시는 것입니다. 


저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‘어머니께 걱정 끼치지 말아야지’라는 생각으로 굳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. 그런데 그것이 어머니를 더욱 외롭게 하고,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. 모든 어머니의 소망은 자녀가 스스로 잘 살아가는 것입니다. 그러나 아무리 자녀가 세상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더라도, 어머니의 염려는 멈추지 않습니다. 멈출 수가 없습니다. 


그래서 “엄마, 나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”라는 말보다, “엄마, 나 이렇게 컸는데도 아직도 엄마 도움 없이는 안 되네요”라는 말이 어머니에게는 훨씬 더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습니다. 오늘, 그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며,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합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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